동요 노랫말 창작법/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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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3-02-23 16:06본문
동요 노랫말 창작법
- 동요를 중심으로
朴 水 鎭 (시인, 동요작사가, 서울 성보중학교 국어교사)
1. 동시와 동요
: 동시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쓴 시를 말하며 동시에 노래가 붙은 것을 동요라고 합니다. 특히 동시는 어떤 문학 장르보다 운율이 강조되는 글인 까닭에 그 자체가 노래와 매우 가까우므로 동시와 동요는 거의 같은 뜻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시는 곧 노래로 환치될 수 있어야 한다’는 시에 있어서 음악적 요소를 강조하는 견해와 일치한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말해 순수 문학 장르인 동시에 곡을 붙이면 동요가 됩니다. 동요를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 <엄마가 불러준 노래>, <깨끗한 동심의 노래>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동요가 아름답고 순수한 노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모든 동시가 동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달”, ‘오빠생각’, ‘따오기’, ‘퐁당퐁당’ 등 1920~ 1930년대 동시들은 거의가 동요로 작곡된 동요였으며 비록 작곡 되지 않은 동시들도 언제든지 노래로 불려질 수 있을 만큼 3음보 또는 4음보의 운율이 잘 지켜져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동시가 의미를 심는데 주력하는 자유시화 되어 동시는 곧 동요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 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용하다. / 빈집 같다
//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 빨래도 개켜 놓아 두고
// 내가 할 일이 뭐가 또 있나.
// 엄마가 아플 때 / 나는 철든 아이가 된다.
// 철든 만큼 기운 없는 / 아이가 된다.
- 정두리의 ‘엄마가 아플때’ 전문
위의 시는 아이들 생각을 잘 담아낸 훌륭한 서정 동시입니다. 그러나 동요 노랫말로 사용되기에는 여러 가지 장애 요소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것은 바로 음악의 요소인 규칙적인 음보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챙겨’나 ‘개켜두고’와 같이 노래로 부르기엔 힘든 시어와 딱딱한 자음들이 쓰였다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물론 노래로 불려지는 동시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월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다음 동시 ‘그릇을 닦으며’라는 동시를 읽어보아도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어머니,
뚝배기의 속끓임을 닦는 것이
제일 힘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차곡차곡
그릇을 포개 놓다가 보았어요,
물 때 오른 그릇 뒷면
그릇 뒤를 잘 닦는 일이
다른 그릇 앞을
닦는 것이네요.
내가 그릇이라면,
서로 포개져
기다리는 일이 더 많은
빈 그릇이라면,
내 뒷면도 잘 닦아야 하겠네요.
어머니, 내 뒤의 얼룩
말해 주셔요.
- 윤미라의 ‘그릇을 닦으며’ 전문
동시의 성격과 창작 방향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가 있습니다.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발견하는 반짝 아이디어 수준의 착상과 음보에 의한 운율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으며, 깊은 사고와 교훈성을 동반한 감동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물론 전자와 후자의 요소가 모두 포함되는 동시라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동시가 노래로 만들어져 불릴 때 그 감동은 물론 파급효과나 생명력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는데, 그것은 문학과 음악의 합성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데 기인한다고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어떤 동시가 노래로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을까요?
* 동요 감상 : ‘나비 가는 길’, ‘소리는 새콤 글은 달콤’
2. 시와 음악 그리고 노래와 노랫말
시와 노래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는 말(언어)로써 생각과 느낌을 나타내지만 음악은 가락을 지어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옛날에는 이 말과 가락이 하나였답니다. 말 속에 가락이 있고 가락 속에 말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 증거가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 조상들이 불렀던 ‘시가’라는 명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가란 시와 노래의 합성어로 아득한 옛날부터 신라 시대의 노래인 향가를 비롯, 고려속요(민요), 시조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랍니다. 이렇게 시와 노래, 다시 말해 노래와 노랫말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동전의 앞뒤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노래도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마음에 드는 멜로디와 함께 가슴에 와 닿는 노랫말 때문일 것입니다. 노랫말이 노래의 내용이라면 가락은 형식에 가깝다고 보면 되는데 서로가 한 몸이 되어 표현되는 만큼 중요도에서도 서로 따지기 어려울 만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답니다.
3. 어떤 뜻을 담은 노랫말을 지을까요?
다른 말로 하면 주제의 선정이라고 하겠는데 우리가 지을 수 있는 내용들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가까이는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신비로움, 친구간의 우정, 부모님이나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 재미있는 놀이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아름답고 신기하여 나는 물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감동적인) 것들이라면 동시나 동요 노랫말을 짓는 내용으로 적절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는 감정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는 질투나 원망, 미움, 저주, 우월감이나 열등감, 좌절이나 실망 등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는커녕 불쾌감을 주는 감정이므로 절대 글로 써서는 안 되는 내용들입니다. 아름다운 마음이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물론 이때에도 곱고 부드러운 말을 사용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며 어린이들의 생각과 눈높이에 맞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4. 글감을 어떻게 발견하고 잡을까요?
글을 짓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글감입니다. 다른 말로는 소재 또는 글거리라고도 부릅니다. 음식을 만들거나 집을 지을 때로 친다면 재료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좋은 글감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것은 좋은 글을 짓는 기초가 됩니다.
‘꽃 한 송이를 통해서는 우주나 생명의 신비가 보이지만 우주나 생명을 통해서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꼭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여기서 말하는 꽃은 곧 글의 소재이며 우주나 생명의 신비는 주제가 됩니다. 따라서 소재는 작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다루기가 쉽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물결이 노닐다 몰리어 가면
하얀 모랫벌에 조개 한 마리
어쩌면 어쩌면 울음이 일어
귀 기울여 멀어가는
아득한 소리 - 최계락의 ‘해변’ 전문
이 시에서는 한 마리 조개를 통해 지은이 자신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소재인 하얀 조개 한 마리를 통해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작고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어떤 재료가 다른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깊은 의미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글의 소재, 즉 재료가 됩니다. 그 소재를 글로 붙들어 앉히기 위해서는 소재를 바라보는 눈이 평범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눈은 과학자를 닮고 화술은 정치가를 닮고 솜씨는 화가를 닮아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5. 노래가 좋아하는 노랫말의 발걸음
노래를 짓기 위해 쓰는 노랫말이라면 어느 정도의 형식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작곡의 특징이 수학과 유사하다는 말을 합니다. 그것은 일정한 공식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1마디, 1프레이즈에 들어갈 음표가 한정되어 있으며
그런데 시에 있어서 형식이라는 것은 사실 글을 쓸 때 작자의 호흡에서 나오게 마련입니다. 호흡의 장단에 나타난 모습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바로 소리의 발걸음입니다. 이때 노래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리의 발걸음(음보)은 세 발걸음 또는 네 발걸음이랍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엄마야 누나야’를 예로 들어봅니다,
엄마야 / 누나야 / 강변 살자
뜰에는 / 반짝이는 / 금모래빛
뒷문 / 밖에는 / 갈잎의 노래
엄마야 / 누나야 / 강변 살자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전문
한 행이 세 발걸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민요 ‘아리랑’도 그러하고 ‘섬집 아기’도 그렇습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자연스런 호흡이며 그대로 노래가 되어 흥얼거려지는 음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작곡을 할 때 악곡의 형식인 마디, 동기, 작은악절, 큰악절 짓기와 바로 연결됩니다. 그런가 하면 시조에서 보는 것처럼 네 발걸음(4음보)으로 된 시나 노랫말도 노래의 날개 달기에 아주 적합한 리듬(운율)입니다. 여러분이 애창하는 노래 <별>이 그 좋은 예가 됩니다.
바람이 / 서늘도 하여 / 뜰 앞에 /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 하늘은 / 구름을 / 벗어나고
산뜻한 / 초사흘 달이 / 별 함께 / 나오더라 - 이병기의 ‘별’ 부분
그밖에도 3글자 4글자의 연속형태나 7글자 5글자 반복도 노래가 좋아하는 운율이랍니다. 제가 지은 ‘우리 그렇게 살자’나 국악곡 노랫말인 ‘도깨비 방망이’나 등도 그런 리듬으로 지은 노랫말입니다.
* 동요 감상 : ‘우리 그렇게 살자’, ‘도깨비 방망이’
6. 동요 노랫말을 지을 때 어떤 말을 쓸까요?
노랫말에 쓰이는 말은 곱고 부드러운 말이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사물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게 마련인데, 아름다운 말을 떠올리고 싶다면 아름다운 사물들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꽃이름이나 별, 눈, 새, 고마운 분의 명칭이 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소리(울림소리)로 된 모음처럼 자음 중에서도 ‘ㄴ, ㄹ, ㅁ, ㅇ’이 들어가는 단어들에 고운 말이 많습니다. 앞서 본 ‘해변’, ‘엄마야 누나야’, ‘별’을 찬찬히 살펴보아도 금세 답이 나올 것입니다. 물결, 노닐다, 모랫벌, 엄마, 누나, 강변, 별, 달, 반짝이다, 홀로 등이 모두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우리말로 노랫말에 아주 적합한 단어들이랍니다.
또 노래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는 소리를 흉내내는 말(의성어-멍멍멍, 훨훨, 하호호 등)이나 모양을 흉내내는 말(의태어-콩콩콩, 팔짝, 살랑살랑 등)을 꼭 들어갈 자리에 섞어 쓰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노래에 너무 여러 번 쓰는 것은 오히려 맛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남이 이미 많이 쓴 말이나 너무 흔한 말은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7. 동시, 동요 노랫말 짓기의 실제
노랫말을 짓기 전에 다음 사항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좋은 노랫말을 쓰기 위한 10가지 방법 제시
- 삶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져라.
- 느낌과 경험을 기록하고 관찰하라.(메모하는 습관)
- 일기와 편지 쓰기는 좋은 노랫말 쓰기 작업의 연장이다.
- 사실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상황을 설정하라.
- 누가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써라. (언어의 조탁과 선택)
- 심상(이미지)을 압축하여 여백의 미를 살려라. (말을 다하지 않고 다하기)
- 반복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 주어라.
- 노래는 3분짜리 영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 다양한 책읽기를 통해 간접 경험을 풍부하게 하라.
- 동요를 중심으로
朴 水 鎭 (시인, 동요작사가, 서울 성보중학교 국어교사)
1. 동시와 동요
: 동시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쓴 시를 말하며 동시에 노래가 붙은 것을 동요라고 합니다. 특히 동시는 어떤 문학 장르보다 운율이 강조되는 글인 까닭에 그 자체가 노래와 매우 가까우므로 동시와 동요는 거의 같은 뜻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시는 곧 노래로 환치될 수 있어야 한다’는 시에 있어서 음악적 요소를 강조하는 견해와 일치한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말해 순수 문학 장르인 동시에 곡을 붙이면 동요가 됩니다. 동요를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 <엄마가 불러준 노래>, <깨끗한 동심의 노래>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동요가 아름답고 순수한 노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모든 동시가 동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달”, ‘오빠생각’, ‘따오기’, ‘퐁당퐁당’ 등 1920~ 1930년대 동시들은 거의가 동요로 작곡된 동요였으며 비록 작곡 되지 않은 동시들도 언제든지 노래로 불려질 수 있을 만큼 3음보 또는 4음보의 운율이 잘 지켜져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동시가 의미를 심는데 주력하는 자유시화 되어 동시는 곧 동요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 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용하다. / 빈집 같다
//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 빨래도 개켜 놓아 두고
// 내가 할 일이 뭐가 또 있나.
// 엄마가 아플 때 / 나는 철든 아이가 된다.
// 철든 만큼 기운 없는 / 아이가 된다.
- 정두리의 ‘엄마가 아플때’ 전문
위의 시는 아이들 생각을 잘 담아낸 훌륭한 서정 동시입니다. 그러나 동요 노랫말로 사용되기에는 여러 가지 장애 요소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것은 바로 음악의 요소인 규칙적인 음보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챙겨’나 ‘개켜두고’와 같이 노래로 부르기엔 힘든 시어와 딱딱한 자음들이 쓰였다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물론 노래로 불려지는 동시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월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다음 동시 ‘그릇을 닦으며’라는 동시를 읽어보아도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어머니,
뚝배기의 속끓임을 닦는 것이
제일 힘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차곡차곡
그릇을 포개 놓다가 보았어요,
물 때 오른 그릇 뒷면
그릇 뒤를 잘 닦는 일이
다른 그릇 앞을
닦는 것이네요.
내가 그릇이라면,
서로 포개져
기다리는 일이 더 많은
빈 그릇이라면,
내 뒷면도 잘 닦아야 하겠네요.
어머니, 내 뒤의 얼룩
말해 주셔요.
- 윤미라의 ‘그릇을 닦으며’ 전문
동시의 성격과 창작 방향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가 있습니다.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발견하는 반짝 아이디어 수준의 착상과 음보에 의한 운율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으며, 깊은 사고와 교훈성을 동반한 감동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물론 전자와 후자의 요소가 모두 포함되는 동시라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동시가 노래로 만들어져 불릴 때 그 감동은 물론 파급효과나 생명력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는데, 그것은 문학과 음악의 합성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데 기인한다고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어떤 동시가 노래로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을까요?
* 동요 감상 : ‘나비 가는 길’, ‘소리는 새콤 글은 달콤’
2. 시와 음악 그리고 노래와 노랫말
시와 노래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는 말(언어)로써 생각과 느낌을 나타내지만 음악은 가락을 지어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옛날에는 이 말과 가락이 하나였답니다. 말 속에 가락이 있고 가락 속에 말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 증거가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 조상들이 불렀던 ‘시가’라는 명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가란 시와 노래의 합성어로 아득한 옛날부터 신라 시대의 노래인 향가를 비롯, 고려속요(민요), 시조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랍니다. 이렇게 시와 노래, 다시 말해 노래와 노랫말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동전의 앞뒤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노래도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마음에 드는 멜로디와 함께 가슴에 와 닿는 노랫말 때문일 것입니다. 노랫말이 노래의 내용이라면 가락은 형식에 가깝다고 보면 되는데 서로가 한 몸이 되어 표현되는 만큼 중요도에서도 서로 따지기 어려울 만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답니다.
3. 어떤 뜻을 담은 노랫말을 지을까요?
다른 말로 하면 주제의 선정이라고 하겠는데 우리가 지을 수 있는 내용들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가까이는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신비로움, 친구간의 우정, 부모님이나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 재미있는 놀이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아름답고 신기하여 나는 물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감동적인) 것들이라면 동시나 동요 노랫말을 짓는 내용으로 적절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는 감정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는 질투나 원망, 미움, 저주, 우월감이나 열등감, 좌절이나 실망 등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는커녕 불쾌감을 주는 감정이므로 절대 글로 써서는 안 되는 내용들입니다. 아름다운 마음이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물론 이때에도 곱고 부드러운 말을 사용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며 어린이들의 생각과 눈높이에 맞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4. 글감을 어떻게 발견하고 잡을까요?
글을 짓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글감입니다. 다른 말로는 소재 또는 글거리라고도 부릅니다. 음식을 만들거나 집을 지을 때로 친다면 재료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좋은 글감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것은 좋은 글을 짓는 기초가 됩니다.
‘꽃 한 송이를 통해서는 우주나 생명의 신비가 보이지만 우주나 생명을 통해서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꼭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여기서 말하는 꽃은 곧 글의 소재이며 우주나 생명의 신비는 주제가 됩니다. 따라서 소재는 작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다루기가 쉽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물결이 노닐다 몰리어 가면
하얀 모랫벌에 조개 한 마리
어쩌면 어쩌면 울음이 일어
귀 기울여 멀어가는
아득한 소리 - 최계락의 ‘해변’ 전문
이 시에서는 한 마리 조개를 통해 지은이 자신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소재인 하얀 조개 한 마리를 통해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작고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어떤 재료가 다른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깊은 의미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글의 소재, 즉 재료가 됩니다. 그 소재를 글로 붙들어 앉히기 위해서는 소재를 바라보는 눈이 평범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눈은 과학자를 닮고 화술은 정치가를 닮고 솜씨는 화가를 닮아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5. 노래가 좋아하는 노랫말의 발걸음
노래를 짓기 위해 쓰는 노랫말이라면 어느 정도의 형식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작곡의 특징이 수학과 유사하다는 말을 합니다. 그것은 일정한 공식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1마디, 1프레이즈에 들어갈 음표가 한정되어 있으며
그런데 시에 있어서 형식이라는 것은 사실 글을 쓸 때 작자의 호흡에서 나오게 마련입니다. 호흡의 장단에 나타난 모습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바로 소리의 발걸음입니다. 이때 노래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리의 발걸음(음보)은 세 발걸음 또는 네 발걸음이랍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엄마야 누나야’를 예로 들어봅니다,
엄마야 / 누나야 / 강변 살자
뜰에는 / 반짝이는 / 금모래빛
뒷문 / 밖에는 / 갈잎의 노래
엄마야 / 누나야 / 강변 살자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전문
한 행이 세 발걸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민요 ‘아리랑’도 그러하고 ‘섬집 아기’도 그렇습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자연스런 호흡이며 그대로 노래가 되어 흥얼거려지는 음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작곡을 할 때 악곡의 형식인 마디, 동기, 작은악절, 큰악절 짓기와 바로 연결됩니다. 그런가 하면 시조에서 보는 것처럼 네 발걸음(4음보)으로 된 시나 노랫말도 노래의 날개 달기에 아주 적합한 리듬(운율)입니다. 여러분이 애창하는 노래 <별>이 그 좋은 예가 됩니다.
바람이 / 서늘도 하여 / 뜰 앞에 /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 하늘은 / 구름을 / 벗어나고
산뜻한 / 초사흘 달이 / 별 함께 / 나오더라 - 이병기의 ‘별’ 부분
그밖에도 3글자 4글자의 연속형태나 7글자 5글자 반복도 노래가 좋아하는 운율이랍니다. 제가 지은 ‘우리 그렇게 살자’나 국악곡 노랫말인 ‘도깨비 방망이’나 등도 그런 리듬으로 지은 노랫말입니다.
* 동요 감상 : ‘우리 그렇게 살자’, ‘도깨비 방망이’
6. 동요 노랫말을 지을 때 어떤 말을 쓸까요?
노랫말에 쓰이는 말은 곱고 부드러운 말이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사물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게 마련인데, 아름다운 말을 떠올리고 싶다면 아름다운 사물들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꽃이름이나 별, 눈, 새, 고마운 분의 명칭이 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소리(울림소리)로 된 모음처럼 자음 중에서도 ‘ㄴ, ㄹ, ㅁ, ㅇ’이 들어가는 단어들에 고운 말이 많습니다. 앞서 본 ‘해변’, ‘엄마야 누나야’, ‘별’을 찬찬히 살펴보아도 금세 답이 나올 것입니다. 물결, 노닐다, 모랫벌, 엄마, 누나, 강변, 별, 달, 반짝이다, 홀로 등이 모두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우리말로 노랫말에 아주 적합한 단어들이랍니다.
또 노래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는 소리를 흉내내는 말(의성어-멍멍멍, 훨훨, 하호호 등)이나 모양을 흉내내는 말(의태어-콩콩콩, 팔짝, 살랑살랑 등)을 꼭 들어갈 자리에 섞어 쓰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노래에 너무 여러 번 쓰는 것은 오히려 맛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남이 이미 많이 쓴 말이나 너무 흔한 말은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7. 동시, 동요 노랫말 짓기의 실제
노랫말을 짓기 전에 다음 사항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좋은 노랫말을 쓰기 위한 10가지 방법 제시
- 삶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져라.
- 느낌과 경험을 기록하고 관찰하라.(메모하는 습관)
- 일기와 편지 쓰기는 좋은 노랫말 쓰기 작업의 연장이다.
- 사실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상황을 설정하라.
- 누가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써라. (언어의 조탁과 선택)
- 심상(이미지)을 압축하여 여백의 미를 살려라. (말을 다하지 않고 다하기)
- 반복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 주어라.
- 노래는 3분짜리 영화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 다양한 책읽기를 통해 간접 경험을 풍부하게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