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노랫말 쓰기 -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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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3-10-15 10:19본문
<(사)동요문화협회 2013창작세미나>
동요 노랫말 창작에 대하여
朴水鎭(시인, 연성대학교 · 구리시문예대 강사)
1. 들어가는 말
시와 노래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시는 말(언어)로써 생각과 느낌을 나타내지만 음악은 가락을 지어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옛날에는 이 말과 가락이 하나였습니다. 말 속에 가락이 있고 가락 속에 말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 증거가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 조상들이 불렀던 ‘시가’라는 명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가란 시와 노래의 합성어로 아득한 옛날부터 신라 시대의 노래인 향가를 비롯, 고려속요(민요), 시조를 통틀어 시가라고 일컫습니다. 이렇듯 시와 노래, 다시 말해 노래와 노랫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동전의 앞뒤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노래도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마음에 드는 멜로디와 함께 가슴에 와 닿는 노랫말 때문일 것입니다. 노랫말이 내용이라면 가락은 형식에 가깝다고 보면 되는데 중요도에서 우선 순위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내용과 형식이라는 면을 굳이 따지기 어려울 만큼 한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한몸이 되었을 때 호소력과 생명성이 확장됩니다.
2. 어떻게, 어떤 내용의 노랫말을 지을까요?
다른 말로 하면 주제의 선정이라고 하겠는데 우리가 지을 수 있는 내용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가까이는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신비로움, 친구간의 우정, 부모님이나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 재미있는 놀이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노랫말을 짓는 글감으로 적절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는 감정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는 질투나 원망, 미움, 저주, 우월감이나 열등감, 좌절이나 실망 등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는커녕 불쾌감을 주는 감정이므로 절대 글로 써서는 안 되는 내용입니다.
요즘 동요 노랫말의 흐름은 우리 사회의 대세를 이루는 힐링의 내용이나 어린이들의 고민, 일상생활 등이 주류를 이룹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충분한 감정이입을 통해 어린이의 말, 어린이의 눈높이로 글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동시, 동요 노랫말이 어린이가 쓴 글, 또는 어른이 어린이 눈높이로 쓴 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말하면 어린이가 쓴 노랫말로 그대로 작곡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만큼 통일성이나 글 구성의 긴밀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KBS동요프램 기획의 경우 많은 수정이 이루어짐) 그래서 대부분 어른이 어린이 눈으로 쓴 가사에 곡을 붙이게 되는데 더러 회고조나 어른 말이 뒤섞여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것은 충분한 관찰과 감정이입이 없어서라고 봅니다. 모든 창의활동이 그러하지만 특히 동요노랫말 창작에 있어서는 어린이 세계의 관찰과 감정이입이 중요한 두구가 됩니다.
2-1. 관찰(Observing) - 관찰은 후천적으로 기를 수 있는 기술이다
뜻 : 수동적인 ‘보기’가 아닌 적극적인 ‘관찰’로서 의도를 가지고 주목해서 자세 히 보는 것
방법 : 관찰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며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집, 소리녹음, 냄새기억 등
효과 : 작고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을 알 수 있다.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할 수 있음.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이호우의 ‘개화’>
2-2. 감정 이입(Empathizing)
뜻 : 다른 사람이나 사물이 되어 보는 감정 작업
방법 : 배우, 무용수, 시인, 동물학자들의 활동, 독서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내 안에서
그것이 자라나게 하라.”
효과 : 새로운 이해, 인생과 사물에 대한 애정
* 창작의 필수 요건이다. 사물에게 말 걸기
소재의 다양화, 의인화를 통한 감성 훈련에 가정 좋은 방법이다.
아빠 제겐 꿈이 하나 있어요 / 아름다운 꿈
언젠가 들려주신 아빠의 / 어린 시절처럼
심심하면 시냇가로 달려나가 / 고기떼 쫓다가
저녁에는 친구들과 언덕에 올라 / 노을 지는 하늘을
랄랄랄라 랄랄랄라 랄랄라 / 바라보고 싶어요
<박수진의 ‘나의 꿈>
3. 글감을 어떻게 발견하고 고를까요
글을 짓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글감입니다. 다른 말로는 소재 또는 글거리라고도 부릅니다. 음식을 만들거나 집을 지을 때 재료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좋은 글감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것은 좋은 글을 짓는 기초가 됩니다.
‘꽃을 통해서는 우주나 생명의 신비가 보이지만 우주나 생명을 통해서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꼭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여기서 말하는 꽃은 곧 글의 소재이며 우주나 생명의 신비는 주제가 됩니다. 따라서 소재는 작고 구체적이어야 다루기가 쉽습니다.
* 나(시적 자아) → 소재(프리즘) → 주제(크고 깊은 대상)
님, 꽃, 돌, 조국, 우주, 생명
사랑니, 깃발… 사랑, 이상…
물결이 노닐다 몰리어 가면
하얀 모랫벌에 조개 한 마리
어쩌면 어쩌면 울음이 일어
귀 기울여 멀어가는
아득한 소리
<최계락의 시 ‘해변’ 전체>
이 시에서는 한 마리 조개를 통해 지은이 자신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소재인 하얀 조개 한 마리를 통해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작고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어떤 재료가 다른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깊은 의미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글의 소재, 즉 재료가 됩니다. 그 소재를 글로 붙들어 앉히기 위해서는 소재를 바라보는 눈이 평범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눈은 과학자를 닮고 솜씨는 화가나 정치가를 닮아야한다는 조지훈 시인의 가르침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4. 노래가 좋아하는 노랫말의 발걸음
노래를 짓기 위해 쓰는 노랫말이라면 어느 정도의 형식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 형식이라는 것은 사실 글을 쓸 때 작자의 호흡에서 나오게 되는데 그 나타난 모습을 가지고 말하면 그것이 바로 소리의 발걸음입니다. 노래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리의 발걸음(음보)은 세 발걸음 또는 네 발걸음이랍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엄마야 누나야’를 예로 들어봅니다.
엄마야 / 누나야 / 강변 살자
뜰에는 / 반짝이는 / 금모래빛
뒷문 / 밖에는 / 갈잎의 노래
엄마야 / 누나야 / 강변 살자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전체>
한 소절이 세 발걸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민요 ‘아리랑’도 그러하고 ‘섬집 아기’도 그렇습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자연스런 호흡이며 그대로 노래가 되어 흥얼거려지는 음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조에서 보는 것처럼 네 발걸음(4음보)으로 된 시나 노랫말도 노래의 날개를 달기에 아주 적합한 리듬(운율)입니다. <별>이 그 좋은 예가 됩니다.
바람이 / 서늘도 하여 / 뜰 앞에 /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 하늘은 / 구름을 / 벗어나고
산뜻한 / 초사흘 달이 / 별 함께 / 나오더라 <이병기의 ‘별’ 부분>
그밖에도 3글자 4글자의 연속형태나 7글자 5글자 반복도 노래가 좋아하는 운율이랍니다. 국악곡 노랫말인 ‘도깨비 방망이’나 ‘잠자리’ 등도 그런 형태를 지니고 있답니다. 그러나 요즘은 동요에도 랩을 가미해 재미있게 곡을 쓰는 작곡가도 있으므로 너무 경직된 자세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글자 수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해도 음보만큼은 꼭 염두에 두고 글을 쓰면 노래의 날개를 다는데 용이하다 하겠습니다.
5. 노랫말을 지을 때 어떤 말을 쓸까요
노랫말에 쓰는 말은 곱고 부드러운 말이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사물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아름다운 말을 떠올리고 싶다면 아름다운 사물들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꽃이름이나 별, 눈, 새, 고마운 분의 명칭이 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소리(울림소리)로 된 모음처럼 자음 중에서도 ‘ㄴ, ㄹ, ㅁ, ㅇ’이 들어가는 단어들에 고운 말이 많습니다. 앞서 본 ‘해변’, ‘엄마야 누나야’, ‘별’을 찬찬히 살펴보아도 금세 답이 나올 것입니다. 물결, 노닐다, 모랫벌, 엄마, 누나, 강변, 별, 달, 반짝이다, 홀로 등이 모두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우리말로 노랫말에 적합한 단어들이랍니다. 또 가능하면 밝은 느낌이 나는 양성모음(ㅏ,ㅗ) 계열의 단어를 많이 쓰도록 하고 음성 모음(ㅓ, ㅜ)이 들어있는 단어가 연이어 나는 구절을 피하는 것이 노래하는 어린이의 발음을 돕고 전달에도 유리합니다.
또 노래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는 소리를 흉내내는 말(의성어-멍멍멍, 야옹, 호호 등)이나 모양을 흉내내는 말(의태어-콩콩콩, 팔짝, 살랑살랑 등)을 꼭 들어갈 자리에 섞어 쓰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노래에 너무 여러 번 쓰는 것은 오히려 맛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남이 이미 많이 쓴 말이나 너무 흔한 말은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6. 글의 간판, 제목 짓기
노랫말을 비롯한 모든 글쓰기에서 제목 짓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대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가르침을 소개합니다.
"시의 제목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 시의 특수성을 나타낼 만한 독특하고 인상적인 것이어야 한다. 너무 상식적이거나 진부한 것은 피해야 한다. 또 ‘추야 회상곡’처럼 어중간하게 유식한 것 같은 제목보다는 차라리 아주 무식한 듯한 평범한 놈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제목 붙이기에 대한 고민은 모든 시인들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글의 제목은 글의 간판이자 얼굴임은 몰론 독자와의 압축된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제목은 전체적인 시의 분위기를 결정하기도 하고, 시의 내용을 미리 예측하게 하기도 하며, 색다른 시적 반전을 이루어내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제목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당은 상식적이고 진부한 제목을 피하라고 가르친 것입니다. 제목 붙이기는 이름 짓기와 같이 아이디어의 발상과 연관이 있는데, 새로우면서도 흥미롭고 ‘내용과 일치된 조화’를 이루는 제목이 좋은 제목입니다.
예) <아빠 힘내세요> <나무의 노래> <‘넌 할수 있어’ 라고 말해 주세요>
<소리는 새콤 글은 달콤> <잘 자랄게요> <난 네가 좋아> …
7. 나가는 말
모든 글쓰기가 그렇듯이 남의 글을 많이 보고 쓰고자 하는 장르의 패턴을 먼저 익히는 것이 창작의 기본이며 방법입니다. 중국 북송시대 문장가 구양수가 말한 다독, 다작, 다상량은 언제까지나 유효한 최상의 글쓰기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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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피로써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써 써라. 그러면 그대는 피가 정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니이체)
* 좋은 시는 쉬운 시이다. 그것은 치유의 힘, 재생의 역할을 한다.
좋은 시는 어느 날 문득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한다.
* 향기로운 꽃은 바람 앞에 서 있지 않아도 절로 벌나비가 찾아온다. 작품 또 한 그러하다. (황금찬 시인)
동요 노랫말 창작에 대하여
朴水鎭(시인, 연성대학교 · 구리시문예대 강사)
1. 들어가는 말
시와 노래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시는 말(언어)로써 생각과 느낌을 나타내지만 음악은 가락을 지어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옛날에는 이 말과 가락이 하나였습니다. 말 속에 가락이 있고 가락 속에 말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 증거가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 조상들이 불렀던 ‘시가’라는 명칭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가란 시와 노래의 합성어로 아득한 옛날부터 신라 시대의 노래인 향가를 비롯, 고려속요(민요), 시조를 통틀어 시가라고 일컫습니다. 이렇듯 시와 노래, 다시 말해 노래와 노랫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동전의 앞뒤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노래도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마음에 드는 멜로디와 함께 가슴에 와 닿는 노랫말 때문일 것입니다. 노랫말이 내용이라면 가락은 형식에 가깝다고 보면 되는데 중요도에서 우선 순위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내용과 형식이라는 면을 굳이 따지기 어려울 만큼 한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한몸이 되었을 때 호소력과 생명성이 확장됩니다.
2. 어떻게, 어떤 내용의 노랫말을 지을까요?
다른 말로 하면 주제의 선정이라고 하겠는데 우리가 지을 수 있는 내용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가까이는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신비로움, 친구간의 우정, 부모님이나 선생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 재미있는 놀이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이라면 무엇이든 노랫말을 짓는 글감으로 적절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는 감정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하는 질투나 원망, 미움, 저주, 우월감이나 열등감, 좌절이나 실망 등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는커녕 불쾌감을 주는 감정이므로 절대 글로 써서는 안 되는 내용입니다.
요즘 동요 노랫말의 흐름은 우리 사회의 대세를 이루는 힐링의 내용이나 어린이들의 고민, 일상생활 등이 주류를 이룹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충분한 감정이입을 통해 어린이의 말, 어린이의 눈높이로 글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동시, 동요 노랫말이 어린이가 쓴 글, 또는 어른이 어린이 눈높이로 쓴 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굳이 말하면 어린이가 쓴 노랫말로 그대로 작곡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만큼 통일성이나 글 구성의 긴밀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KBS동요프램 기획의 경우 많은 수정이 이루어짐) 그래서 대부분 어른이 어린이 눈으로 쓴 가사에 곡을 붙이게 되는데 더러 회고조나 어른 말이 뒤섞여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것은 충분한 관찰과 감정이입이 없어서라고 봅니다. 모든 창의활동이 그러하지만 특히 동요노랫말 창작에 있어서는 어린이 세계의 관찰과 감정이입이 중요한 두구가 됩니다.
2-1. 관찰(Observing) - 관찰은 후천적으로 기를 수 있는 기술이다
뜻 : 수동적인 ‘보기’가 아닌 적극적인 ‘관찰’로서 의도를 가지고 주목해서 자세 히 보는 것
방법 : 관찰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며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집, 소리녹음, 냄새기억 등
효과 : 작고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을 알 수 있다.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할 수 있음.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이호우의 ‘개화’>
2-2. 감정 이입(Empathizing)
뜻 : 다른 사람이나 사물이 되어 보는 감정 작업
방법 : 배우, 무용수, 시인, 동물학자들의 활동, 독서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내 안에서
그것이 자라나게 하라.”
효과 : 새로운 이해, 인생과 사물에 대한 애정
* 창작의 필수 요건이다. 사물에게 말 걸기
소재의 다양화, 의인화를 통한 감성 훈련에 가정 좋은 방법이다.
아빠 제겐 꿈이 하나 있어요 / 아름다운 꿈
언젠가 들려주신 아빠의 / 어린 시절처럼
심심하면 시냇가로 달려나가 / 고기떼 쫓다가
저녁에는 친구들과 언덕에 올라 / 노을 지는 하늘을
랄랄랄라 랄랄랄라 랄랄라 / 바라보고 싶어요
<박수진의 ‘나의 꿈>
3. 글감을 어떻게 발견하고 고를까요
글을 짓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글감입니다. 다른 말로는 소재 또는 글거리라고도 부릅니다. 음식을 만들거나 집을 지을 때 재료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좋은 글감을 발견하고 선택하는 것은 좋은 글을 짓는 기초가 됩니다.
‘꽃을 통해서는 우주나 생명의 신비가 보이지만 우주나 생명을 통해서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꼭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여기서 말하는 꽃은 곧 글의 소재이며 우주나 생명의 신비는 주제가 됩니다. 따라서 소재는 작고 구체적이어야 다루기가 쉽습니다.
* 나(시적 자아) → 소재(프리즘) → 주제(크고 깊은 대상)
님, 꽃, 돌, 조국, 우주, 생명
사랑니, 깃발… 사랑, 이상…
물결이 노닐다 몰리어 가면
하얀 모랫벌에 조개 한 마리
어쩌면 어쩌면 울음이 일어
귀 기울여 멀어가는
아득한 소리
<최계락의 시 ‘해변’ 전체>
이 시에서는 한 마리 조개를 통해 지은이 자신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소재인 하얀 조개 한 마리를 통해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작고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어떤 재료가 다른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깊은 의미를 줄 수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글의 소재, 즉 재료가 됩니다. 그 소재를 글로 붙들어 앉히기 위해서는 소재를 바라보는 눈이 평범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눈은 과학자를 닮고 솜씨는 화가나 정치가를 닮아야한다는 조지훈 시인의 가르침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4. 노래가 좋아하는 노랫말의 발걸음
노래를 짓기 위해 쓰는 노랫말이라면 어느 정도의 형식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 형식이라는 것은 사실 글을 쓸 때 작자의 호흡에서 나오게 되는데 그 나타난 모습을 가지고 말하면 그것이 바로 소리의 발걸음입니다. 노래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리의 발걸음(음보)은 세 발걸음 또는 네 발걸음이랍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엄마야 누나야’를 예로 들어봅니다.
엄마야 / 누나야 / 강변 살자
뜰에는 / 반짝이는 / 금모래빛
뒷문 / 밖에는 / 갈잎의 노래
엄마야 / 누나야 / 강변 살자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전체>
한 소절이 세 발걸음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민요 ‘아리랑’도 그러하고 ‘섬집 아기’도 그렇습니다. 이는 우리 민족의 자연스런 호흡이며 그대로 노래가 되어 흥얼거려지는 음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조에서 보는 것처럼 네 발걸음(4음보)으로 된 시나 노랫말도 노래의 날개를 달기에 아주 적합한 리듬(운율)입니다. <별>이 그 좋은 예가 됩니다.
바람이 / 서늘도 하여 / 뜰 앞에 /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 하늘은 / 구름을 / 벗어나고
산뜻한 / 초사흘 달이 / 별 함께 / 나오더라 <이병기의 ‘별’ 부분>
그밖에도 3글자 4글자의 연속형태나 7글자 5글자 반복도 노래가 좋아하는 운율이랍니다. 국악곡 노랫말인 ‘도깨비 방망이’나 ‘잠자리’ 등도 그런 형태를 지니고 있답니다. 그러나 요즘은 동요에도 랩을 가미해 재미있게 곡을 쓰는 작곡가도 있으므로 너무 경직된 자세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글자 수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해도 음보만큼은 꼭 염두에 두고 글을 쓰면 노래의 날개를 다는데 용이하다 하겠습니다.
5. 노랫말을 지을 때 어떤 말을 쓸까요
노랫말에 쓰는 말은 곱고 부드러운 말이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사물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아름다운 말을 떠올리고 싶다면 아름다운 사물들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꽃이름이나 별, 눈, 새, 고마운 분의 명칭이 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소리(울림소리)로 된 모음처럼 자음 중에서도 ‘ㄴ, ㄹ, ㅁ, ㅇ’이 들어가는 단어들에 고운 말이 많습니다. 앞서 본 ‘해변’, ‘엄마야 누나야’, ‘별’을 찬찬히 살펴보아도 금세 답이 나올 것입니다. 물결, 노닐다, 모랫벌, 엄마, 누나, 강변, 별, 달, 반짝이다, 홀로 등이 모두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우리말로 노랫말에 적합한 단어들이랍니다. 또 가능하면 밝은 느낌이 나는 양성모음(ㅏ,ㅗ) 계열의 단어를 많이 쓰도록 하고 음성 모음(ㅓ, ㅜ)이 들어있는 단어가 연이어 나는 구절을 피하는 것이 노래하는 어린이의 발음을 돕고 전달에도 유리합니다.
또 노래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는 소리를 흉내내는 말(의성어-멍멍멍, 야옹, 호호 등)이나 모양을 흉내내는 말(의태어-콩콩콩, 팔짝, 살랑살랑 등)을 꼭 들어갈 자리에 섞어 쓰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노래에 너무 여러 번 쓰는 것은 오히려 맛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남이 이미 많이 쓴 말이나 너무 흔한 말은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6. 글의 간판, 제목 짓기
노랫말을 비롯한 모든 글쓰기에서 제목 짓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대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가르침을 소개합니다.
"시의 제목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 시의 특수성을 나타낼 만한 독특하고 인상적인 것이어야 한다. 너무 상식적이거나 진부한 것은 피해야 한다. 또 ‘추야 회상곡’처럼 어중간하게 유식한 것 같은 제목보다는 차라리 아주 무식한 듯한 평범한 놈이 차라리 나을 수 있다."
제목 붙이기에 대한 고민은 모든 시인들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글의 제목은 글의 간판이자 얼굴임은 몰론 독자와의 압축된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제목은 전체적인 시의 분위기를 결정하기도 하고, 시의 내용을 미리 예측하게 하기도 하며, 색다른 시적 반전을 이루어내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제목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당은 상식적이고 진부한 제목을 피하라고 가르친 것입니다. 제목 붙이기는 이름 짓기와 같이 아이디어의 발상과 연관이 있는데, 새로우면서도 흥미롭고 ‘내용과 일치된 조화’를 이루는 제목이 좋은 제목입니다.
예) <아빠 힘내세요> <나무의 노래> <‘넌 할수 있어’ 라고 말해 주세요>
<소리는 새콤 글은 달콤> <잘 자랄게요> <난 네가 좋아> …
7. 나가는 말
모든 글쓰기가 그렇듯이 남의 글을 많이 보고 쓰고자 하는 장르의 패턴을 먼저 익히는 것이 창작의 기본이며 방법입니다. 중국 북송시대 문장가 구양수가 말한 다독, 다작, 다상량은 언제까지나 유효한 최상의 글쓰기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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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피로써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써 써라. 그러면 그대는 피가 정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니이체)
* 좋은 시는 쉬운 시이다. 그것은 치유의 힘, 재생의 역할을 한다.
좋은 시는 어느 날 문득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한다.
* 향기로운 꽃은 바람 앞에 서 있지 않아도 절로 벌나비가 찾아온다. 작품 또 한 그러하다. (황금찬 시인)
